[고1입니다 고민상담좀 해주십쇼]라는 글을 썼던 고딩입니다.방학동안 거의 매일 아침 8시에 일어나서 학원 갔다 4시 넘어서 집에 오고, 또 그 후에는 저녁에 엄마가 가라고 하는 스터디 카페 가서 밤 12시에 오거나(안가면 지각으로 벌점이 누적된다는 메세지가 오고, 일찍 퇴실하면 계획보다 일찍 나갔다고 메세지 와서 그냥 또다른 학원입니다) 국어, 영어 클리닉 가고, 수요일과 일요일에는 2시간이긴 해도 과외 때문에 쉴틈이 없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진짜 학원 다 때려치고싶다는 충동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그래도 이제 개학이 다가오니 다 끝나긴 했고, 수학 학원은 방학을 해서 이번주는 수업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가벼운 마음으로 좀 쉬어보자 했습니다. 쉬는거라고 해봤자 그냥 침대에서 유튜브 보고 그림 그리는게 다이긴 했지만…그러다가 목요일에, 영어학원 클리닉 단어 암기 시험 점수가 300개 중 200개 정도 맞아서 엄마가 분명 다 외우지 않았나며 따지셨습니다. 그래도 금방 웃으면서 마무리된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좀 찝찝합니다. 엄마는 학원에서의 점수가 곧 학교에서의 점수라는 철학(?)을 가지고 계셔서, 클리닉 점수가 개판이면 절 혼내셨습니다. 지난번에도 이거 때문에 한번 크게 싸웠습니다.그러다가 오늘, 일이 터졌습니다. 제가 작년부터 프라모델 도색 공방에 가끔 가고 있는데, 오늘 마침 수학 학원이 없으니까 가도 되냐고 여쭤봤는데, 다행히도 허락해주셨습니다. 엄마가 이따가 태우러 간다시길래, 저는 6시 반까지 내려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6시 25분쯤 되었나? 그때부터 도색을 마무리하고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금방 끝날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에어브러쉬 세척, 프라모델 파츠 건조하고 상자에 넣고, 도색집게 넣고, 도료병 넣고, 도색 부스 정리하고 하다보니 좀 늦어졌습니다. 그랬더니, 어느새 6시 40분이 되어있었습니다. 폰을 켜보니 엄마 부재중 전화가 몇통이나 와있었고, 카톡도 여러개 보내셨습니다. '아 큰일났다' 하는 생각에 일단 전화를 했는데, 평상시의 엄마 목소리 톤이 아니라 화난 목소리로 빨리 오라고 소리를 버럭 지르셨습니다. 엄청 놀란 채로 내려갔고, 차에 탔는데, 엄마는 '너 학교 반에서 제일 느리지?' 라고 하셨고, 아니라고 하니까 '느린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제가 공방에 있던 사람들 대부분 성인이라고 하니까 그럴줄 알았다=너처럼 공방 가는 애가 또 있겠냐는 식의 말을 하셨고 '전화는 안받고 늦게 나오고 이게 대체 뭐하는거야?' '등등 심한말을 하셨습니다. 일단 저는 제가 잘못했다는건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엄마 말 때문에 상처를 받아서, '정말 죄송하지만, 그렇게까지 버럭하진 말아주세요' 라고 하니까 어른한테 버럭이 뭐냐고…그리고 집에 오고, 차에서 내렸을 때, '괜히 일찍 오라고 해서 엄마를 기다리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공방에 가는게 나뿐이다라는 말 때문에 든 내가 이상한건가 하는 느낌', '내 기분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무작정 꾸짖기만 한 엄마에 대한 서운함' 때문에 갑자기 눈물이 나려 했습니다. 그리고 집에 오고, 방에 들어가서 문을 잠그고,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께서 오시니까 언성을 높이며 문을 열라고 하셨고, 저는 혼자 있고 싶어서 무시했습니다.그런데 밖에서, 엄마께서 '좀 혼났다고 울고, 뭔 애기야?' '진짜 이상한짓 하고 있어…' '4시간동안 놀게 해줬는데 고마운줄을 몰라…'라고 형한테 말했고, 형도 '정말 웃긴 녀석이야'라고 절 놀렸습니다. 이것때문에 7시에 집에 들어오고, 지금까지 방에서 안나오고 있습니다.엄마께서는 예전부터, 제가 공부하길 바라셨습니다. 초딩 때는 공부가 쉬우니까 저는 아무말 안하고 엄마가 하라는대로 했고, 학원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으니까, 엄마께서는 저한테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고, 동네 친구 엄마들한테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엄마하고 싸울 일이 없으니까 엄마는 늘 다정했고, 전 그 덕에 엄마가 정말 좋은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하지만 6학년 즈음, 사춘기, 코로나, 대형학원의 많은 숙제량이 겹쳐 번아웃이 오며 숙제를 안해가는 날이 대부분이었고, 그것 때문에 쌤들한테 혼나고, 그러니까 더 공부하기 싫어지고, 그러다보니 엄마는 절 자주 혼내기 시작했습니다.그때부터 지금까지 느낀건데, 엄마께서는 절 혼내실 때, 제가 힘들다고 하면 다른 애들은 더 힘들게 공부하고 있고, 너정도면 편한거라고 강조하거나, 예전에 너보다 공부 못했던 애들이 이제는 등급 너보다 높다며 비교하시거나, 제가 좀 반항을 하거나 하지말라는 짓을 하면, 별 이상한 짓을 다하고 있어 등등의 말을 하거나 저애 대한 기분 나쁜 별명을 짓고 놀리면서 절 죄인처럼 몰아갔습니다.안그래도 중3 이후부터, '내가 친구라고 생각하는 애들은 정말 날 친구라고 생각할까' ’혹시 다른 사람들이 날 ㅂㅅ으로 보지는 않을까' '내가 남들 앞에서 갑이 될 수 있을만큼 잘난건 아니지 않나' ‘내가 친구들에게 연락하는건 오히려 폐가 되는건 아닐까? 걔네들도 걔네들만의 친구들이 있고, 연락했을 때는 걔네끼리 놀고 있을지도 모르니까'하는 생각들이 들며 사람들 대하는게 어려워졌고, 그것 때문에 중딩 때 친했던 친구들하고도 관계가 소홀해지고, 고등학교 오고도 친구 한명도 못 만든 상황이라 가족들 말고는 마음을 털어놓을 상대가 없는데, 이젠 가족들도 못믿겠습니다. 엄마는 위에 설명 보면 아실거고, 아빠는 평상시에는 웃긴 분이고 저한테 공부 하지 말라고 장난식으로 말씀하시면서도 사회생활에 대해 알려주시는 분인데 엄마께서는 저 기숙학원 보낼 각 보고 있다고 가스라이팅 하시고, 형은 일단 절 좋아하는거 같긴 하지만 매일 제 방 들어와서 나갈 생각을 안합니다.…막상 이렇게 적고 보니까 너무 가족들 욕하는거 같아서 죄짓는거 같네요… 엄마 아빠 형 모두 옛날의 친절했던 모습으로 돌아온다면… 여러분들이 보기에는 정말로 제가 죄인인가요? 저와 엄마의 관계를 대한민국 사회 체계와 공부가 망친게 맞을까요? 엄마한테 제 마음 털어놓을 용기가 없는데 여기에서라도 털어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