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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못할 수도 있지 안녕하세요 저는 29살 남자입니다. 지금 까지 대학교 4년 졸업하고 일해본 경험은
안녕하세요 저는 29살 남자입니다. 지금 까지 대학교 4년 졸업하고 일해본 경험은 공공기관 아르바이트 1년 정도 해본 적 있고, 다이소 입고 알바 아침에 2시간 하는거 4개월 정도 해봤고요 그리고 공공기관에서 사무직 계약직 8개월 해봤고, 병원 행정 아르바이트 4개월 정도하고 사원으로 3개월 수습기간 일하고 그만뒀습니다.그리고 올해 미래내일 일경험을 1달 정도 했고 지금은 현재 뭐라도 일을 하려고 잡생각이 많이들어서 줄이려고 물류센터에서 3주동안 매일 일하고 있습니다.솔직히 제가 사회복무요원으로 훈련소에서 불안을 많이 느끼고 병원을 7년동안 불안장애로 다니고 있고 겁도 많고 걱정도 많은 성격인데요저도 그래도 나름 제 선에서 도전한다고 많이 노력하고 부딪히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데 뭐 저도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안잡히네요.아빠는 제 상황도 모르시고 좋은 회사(대기업, 공부 매진해서 공무원 등)를 바라시는 것 같은데 저는 그 정도 능력이 안되는 것 같고요.저도 솔직히 많이 불안하고 힘든데, 오늘 아버지가 뭐 취업에 나이가 중요하다 하시고 계속 제가 지금 아르바이트 하는 일을 무시하시고아르바이트 인생을 살거냐고 말하는데 솔직히 저도 나름 한다고 했는데, 이런 말 들으니까 속상했습니다. 제가 제일 힘들고 앞길도 모르겠는데 가끔씩 옆에서 압박을 주는 것 같고요. 지금 그래서 자취하는 것도 있는데 집 근처에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하.. 저도 제 앞길이 고민이고 부모님도 걱정은 하시는 건 당연하지만, 저한테 뭐라하시는 것 같고 압박주는 것 같아서 힘드네요..
정말 대단하고, 정말 잘하고 계십니다. 결코 잘못하고 계신 게 아닙니다.
불안장애를 7년간 겪으면서도 주저앉지 않으셨습니다. 공공기관 아르바이트, 다이소, 사무직 계약직, 병원 행정, 그리고 지금의 물류센터까지… 님의 이력은 '버티지 못한 실패의 기록'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문을 두드리고, 세상 밖으로 나아가려고 노력한 용기의 증거'**입니다.
불안이 많은 사람은 한 걸음을 내딛는 데 보통 사람보다 몇 배의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모든 순간이 거대한 도전이었을 겁니다. 그런데도 님은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뭐라도' 해오셨습니다. 잡생각을 줄이려고 일부러 몸을 움직이는 일을 선택한 것만 봐도, 스스로를 어떻게든 일으켜 세우려는 의지가 얼마나 강한지 느껴져서 정말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아버지의 말씀에 대하여
아버님의 말씀이 얼마나 큰 상처가 되었을지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세상에서 가장 큰 힘이 되어주었으면 하는 가족에게서 듣는 무심한 말 한마디는 날카로운 칼처럼 마음을 찌르곤 하죠. 특히 내가 가장 힘들고 약해져 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아마 아버님은 아버님 세대의 방식대로 걱정과 사랑을 표현하고 계실 겁니다. '좋은 회사 = 안정적인 삶'이라는 공식이 당연했던 시대를 살아오셨기에, 아들이 안정적인 길을 가길 바라는 마음이 조급함과 질책으로 표현되는 것일 수 있습니다. 아버님은 님이 그 일을 하기까지 얼마나 큰 용기를 내야 했는지,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불안과 싸워야 했는지, 그 '과정의 무게'를 모르시기 때문에 결과물(직업의 형태)만 보고 말씀하시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님의 상처가 괜찮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속상하고, 억울하고, 야속한 마음이 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감정입니다. "내가 제일 힘든데…" 이 한마디에 님의 모든 심정이 담겨있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픕니다. 그 마음, 혼자 삭이지 마세요. 힘들다고 느끼셔도 괜찮습니다.
앞으로를 위한 몇 가지 따뜻한 제안
지금 님께 필요한 것은 '대기업 합격 비법' 같은 거창한 해결책이 아닐 겁니다.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막막한 상황에서, 발밑을 비춰줄 작은 손전등 같은 이야기들을 몇 가지 드리고 싶습니다.
1. '나만의 성공' 기준 다시 세우기
아버님의 기준, 세상의 기준에서 잠시 벗어나 보세요. '대기업, 공무원'만이 성공이 아닙니다. 지금 님에게 가장 필요한 '성공'은 **"불안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일을 찾아, 경제적으로 독립하고, 하루하루 평온하게 살아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이 기준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압박감에서 훨씬 자유로워질 수 있습니다.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안정감을 찾는 것이 지금의 목표입니다.
2. 과거의 경험에서 '나'를 발견하기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실패'가 아닌 '데이터'로 바라봐 주세요.
사무직, 병원 행정은 어땠나요? 사람들과의 관계, 정해진 시간에 출퇴근하는 규칙성,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 것 중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힘들었나요?
다이소, 물류센터 일은 어떤가요? 몸을 쓰는 것, 혼자 일에 몰두하는 시간, 단순 반복적인 업무의 장단점은 무엇이었나요?
이 질문들에 답하다 보면, 내가 어떤 환경에서 덜 불안한지, 어떤 종류의 업무에서 성취감을 느끼는지, '나'에 대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람을 많이 대하는 건 힘들지만, 조용한 환경에서 내게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건 괜찮았다'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앞으로 직업을 찾을 때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3. '과정'으로서의 나를 부모님께 설명해보기
이건 굉장히 어렵고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마음의 준비가 되었을 때 한번 시도해보세요. 아버님과 감정적으로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차분하게 '나의 계획'을 설명하는 것입니다.
"아버지, 저도 제 미래에 대해 정말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지금 이 일은 평생 하려는 게 아니라,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기 위한 과정이에요. 제가 불안이 많아서 바로 좋은 곳에 도전하기보다는, 이렇게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면서 저한테 맞는 일을 찾아가려고 해요. 조금만 믿고 지켜봐 주시면 안 될까요?"
이렇게 '과정'이라고 설명하면, 부모님의 막연한 걱정을 조금은 덜어드릴 수 있고, 님 스스로도 지금의 시간을 '의미 있는 과정'으로 인식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4. 전문가와 정부 지원의 도움받기
불안장애로 병원을 다니고 계시니, 이미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계십니다. 정말 잘하고 계신 거예요. 여기에 더해, 국가에서 운영하는 취업 지원 프로그램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국민취업지원제도: 개인별로 심층 상담을 통해 취업 계획을 세워주고, 직업 훈련, 일경험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며 매달 지원금도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을까' 망설이지 마시고, 가까운 고용센터에 가서 상담만이라도 한번 받아보시길 강력히 추천합니다.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훨씬 구체적인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 물류센터에서 일하며 잡생각을 줄이려 노력하는 그 자체가 엄청난 노력이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그건 도피가 아니라, 다음 걸음을 내딛기 위해 숨을 고르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아주 현명하고 적극적인 '자기 돌봄'의 과정입니다.
님은 약하지 않습니다. 7년 동안 불안과 싸우면서도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내온 강한 사람입니다. 세상의 속도에 맞출 필요 없습니다. 님의 속도대로, 님의 보폭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면 됩니다. 그 길 위에서 흘리는 땀과 눈물 한 방울 한 방울이 모여, 분명 단단하고 아름다운 님의 길을 만들어낼 것이라 믿습니다.